책 서평 : 삼십금 쌍담
삼십금 쌍담
강신주 이상용
★★★
철학자 강신주와 영화 비평가 이상용은 이미 한 번 뭉친 적이 있었죠. 전작 <씨네샹떼>에서였습니다. 이 책 <삼십금 쌍담>은 그 <씨네샹떼>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두 사람은 금기가 우리의 생각과 입을 틀어막고, 말 잘 듣는 노예로 길들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곤 보다 강력한 충격 요법을 권하죠. 금기에 주눅이 든 상태로는 자기 자신에겐 물론, 한 사회의 주체적인 구성원으로서도 당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요. 하루가 멀다 하고 비상경보를 울려 대는 우리 사회를 위해, 그곳의 주인이자 변화의 주체인 명랑 시민들을 위해 나온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오늘날 사람들이 가장 친숙하게 접하는 대중 매체입니다. 그 때문에 영화만큼 검열과 사회적 금기에 민감한 매체도 없습니다. 이 책은 먼저 책이기 이전에 강연으로 먼저 선을 뵈었는데요. 강연에서는 '권력 집단이 줄곧 금기시해 온 네 편의 영화'를 공개 상영함으로써 우리의 억압된 욕망을 두드리고 금기가 지닌 허위를 드러내 보이고자 했습니다. 이제껏 권력과 사회가 거부해 온 이 네 편의 영화들은, 우리가 애써 외면한 진실들을 가장 강력하게 까발려 주죠. 두 저자는 "진짜 성숙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하는듯 보입니다.
이 강연 혹은 책에서 다루는 영화들은 <감각의 제국>, <시계태엽 오렌지>, <살로, 소돔의 120일>, <비리디아나>입니다. 이 네 편의 영화를 통해 인간의 섹스, 폭력, 정치, 종교라는 테마를 읽어내는데 내용이 참 흥미롭습니다. 어렵진 않으나 철학적으로 심오한 구석이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굉장히 자극적이에요. 물론 이런 자극이 '자극을 위한 자극'은 아닙니다. 금기를 깸으로서 머리를 넓혀준다고 할까요.
우리는 금기가 둘러친 벽과 마주한 순간부터, 자신의 인생과 이 사회를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됩니다. 진짜 성숙은 그동안 우리를 길들여 온 권력자의 가르침과 금지를 뿌리침으로써, 즉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나쁜 사람'이 됨으로써 가능합니다. 진정으로 성숙한 사람, 즉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미래로 이끌 명랑한 민주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맨얼굴을 똑똑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이 다루는 네 편의 영화는 그 민낯을 계속 대면하게 만드는 거죠. 철학자 강신주를 좋아하신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