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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마'라는 설정만으로 충분히 흥미를 끄는 소설입니다. 출간 당시에도 꽤 인기가 많았죠. 무엇보다 김영하 작가님의 작품이니까요. 이미 뒤에 실려있는 비평이 말해주듯 '폭주기관차처럼 미친듯이 달려가다가 급제동을 거는 이야기'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1인칭 시점으로 쓰여져 있어서 주인공의 내면과 혼란을 그대로 전달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소설의 강점이었다고 봐요. 니체와 불경을 인용하는 방식도 굉장히 창의적이고요. (살인자라면 니체와 불경을 이렇게 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시작(詩作)을 하는 씬도 굉장히 좋죠.
물론 '자신의 기억을 신뢰할 수 없음에 따르는 혼란'이라는 모티브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메멘토>에서 충분히 다뤘기 때문에, 약간의 기시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 그 자체를 작품 하나로 온전히 전달받는다는 점에서 이 소설을 읽는 일은 충분히 재미있을 거예요.
사실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도 여기서 드러납니다. 이 책은 그 자체로 혼란을 부여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영화는 혼란을 극을 구성하는 양념요소 정도로 삼았다는 것이지요. 이동진 평론가님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 대해 "원작의 매력을 발라낸 각색"이라는 한줄평을 했는데,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한답니다. 말하자면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의 매력은 혼란을 통해 쉽게 파악되지 않는 세계를 던져주고나서 독자로 하여금, 일종의 인식론적 실험 같은 걸 하게 만드는데, 영화에선 그런 게 없었다는 것이지요.
사실 장르영화, 그것도 서사가 있는 대중영화로 만드는데, 소설과 똑같이 만들 수는 없었겠지요. 하지만 원작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로서, 그리고 김영하 작가님의 팬으로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자세한 건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더 적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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